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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인사(HR)

인사팀 채용담당자가 본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리더십(feat. 황금연휴 감사합니다.)

2020년 5월 7일 목요일

저번주 목요일부터 이어진 길고 긴 황금연휴가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습니다. 어제 오늘 밀린 업무 쳐내고 야근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내일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에 살짝 감사함이 생겨납니다.

이번 연휴 때 정말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국내 여행도 많이 다니고, 운전도 오래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간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하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코 하루 종일 방콕하면서 드라마를 본 날입니다.

아마도 전날 운전과 과음으로 연휴 중간에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쉬어보자고 결심한 날이었을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이태원 클라쓰를 정주행했습니다.

과연 소문대로 이태원 클라쓰는 명작이었고, 유치한 만큼 재밌었습니다. 정말 드라마다운 구성이었고 등장인물들이었으며, 오글오글한 명대사와 가치관까지 유쾌하더군요.

1.5일을 투자해 정주행을 마치고 결말을 보고나니, 왜 그동안 박새로이 리더십이 핫했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정말 누가봐도 멋진 리더, 함께 일하고 싶은 구성원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래도 채용을 담당하고 있는 인사팀 실무자로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직원을 뽑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임원 채용할 때 왜 이런 지원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가 힘들까 하는 생각까지 말단에서 CEO까지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을 쭉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명대사를 찬찬히 곱씹어보면 인사 담당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조직에서는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게 제 소신이고, 저희 아버지 가르침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는 법 모르는 철부지입니다. 어떻게 저한테 이런 아들이 나왔는지, 멋지네요. 퇴사하겠습니다 회장님"

회장 아들에게 자신의 소신과 정의를 구현한 박새로이와 아버지의 대사입니다. 속 시원하고 짜릿하지만 조직생활은 자신의 원칙과 가치관을 굽히는 것을 매일 시험당하는 자리입니다. 월급의 대가는 능력만이 아니라 복종에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뼈져려, 사실 참담하기도 했습니다.

"분명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하지만 그와 나의 시간은, 그 농도가... "

HRD측면에서는 최고의 인재입니다. 같은 시간의 농도를 가장 진하게 쓰는 자기계발형 인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크게 이 두가지 측면에서 박새로이의 리더십이 아주 매력적이지만, 모든 조직에 어울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꾸준한 자기계발과 넘치는 열정, 그리고 성실함.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청렴함은 누구나 함께 일하고픈 리더의 모습입니다. 게다가 좀처럼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책임감과 자신의 조직원을 지키는 아량은 과연 현실성이 떨어질 만큼 멋진 리더십입니다.

하지만, 인사담당자가 보기에 CEO가 아니라면, 팔로십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조직의 뜻과 자신의 가치관이 다를 때 이를 융화하지 못하는 것, 불같은 열정이 때로는 타협을 어렵게 하는 것, 정무적인 감각이 떨어지는 것, 너무나 깨끗한 것(?) 등 현실적으로는 같은 팀이 되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할 것입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이태원 클라스를 통해 본 박새로이 리더십은,

"본인이 CEO라면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채용 담당자로서는 뽑지 않을 수도 있겠다"입니다.

뭐, 간만에 저도 좀 환기가 된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아직도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저에게는 제가 저만의 업을 시작했을 때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 그런 모습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